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독서

확률적 사고의 힘 - 다부치 나오야

 

이 책을 추천한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바가바드기타, 인도 경전>을 언급했다. 책의 저자보다 추천사를 남긴 이에게 더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홍진채 대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젊은 대표였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하는 편이라 한 시간이 넘는 영상을 지루함 없이 시청할 수 있었다.

 

홍대표는 개인적으로 무척 힘들던 시절 이 경전에서 큰 위안을 얻었다고 밝힌다.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된다고 한다. ‘결과는 하늘이 주는 것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자만해서는 안되며,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옳은 일을 행하는 것, 실행하는 그 자체로 열반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깨달음과 내적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담았다. <행운에 속지 마라 - 나심 니콜라스 탈렙>의 ‘솔론의 경고‘가 떠올랐다.

 

홍대표는 확률적 사고에 관한 대중서 가운데 가장 쉽게 설명한다며 이 책을 추천한다. 하지만 나심 탈렙의 책이 너무 깊은 인상을 남겨서였는지 같은 주제의 책인데도 내용의 전개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저자는 확률적 사고의 정의와 이것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 이유, 이런 사고방식이 필요한 이유를 말하고 있다.

확률적 사고(20p)

세상을 확률적으로 파악하고, 무슨 일이든 절대시 하지 않는 것이라 이름 붙이고 그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이 예측이 100% 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100% 확실한 것은 없다. 다른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확률적 사고의 본질이다.

 

우연, 리스크와 불확실성(52p)

정보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우연이다. 우연의 실상은 필연이지만 단지 우연으로 보일 뿐이며, 확률은 단순히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온다.
무엇이 일어날지 불확실하지만 확률을 추정할 수 있는것을 리스크라 하고 확률조차 추정할 수 없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사람은 세상을 확률로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73p)

사람에게는 진화 과정을 통해 몸에 밴 심리적인 편향이 있다. 그 심리적 편향이 확률을 잘못 보게 만든다. 원시시대의 인류는 확률적 계산보다는 인과관계를 유형화해서 기억하는 편이 도움이 됐다. 현대 사회는 주식시장, 기업경영, 전쟁, 국가 운영과 같이 매우 복잡하고 우연이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들이 확대되었다. 이런 복잡한 일은 확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는 15만 년 전의 두뇌로 대처해야 해야 하기 때문에 확률적 사고가 어렵다.
인간은 15만 년 전부터 진화하고 있지 않다. 지식의 양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사고회로, 특히 심리적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가 되풀이된다.

 

인과론(56p)

구름이 몰려오면 비가 내리고 벼락이 떨어진다. 샘이 솟아나는 곳에 가면 동물이 있다. 이런 일은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기에 확률적 현상이지만, 원시 시대에는 확률을 계산할 필요가 그다지 없었고 오히려 인과관계를 유형화해서 기억하는 편이 도움이 된다. 우연을 필연으로 생각하고 세상을 원인과 결과로 파악하는 것은 원시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 필요했고, 그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며 진화를 위한 능력이었다.

 

결과론(60p)

확률적 사고를 저해하는 최대의 장벽이다. 결과가 전부라는 생각은 어떤 반론도 허락하지 않는 힘을 가진다. 결과를 내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결과를 내지 못하면 어떤 반론도 허용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번에 성공한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며 이 방식으로는 앞으로 성공을 계속할 수 없다.‘와 같이 인과관계를 확률적으로 파악하는 사고방식은 ’결과가 전부‘라는 교리 앞에 굴복되고 침묵을 강요당한다.

 

이원론(64p)

사람은 선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이원론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모두가 회색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얀 계통의 회색인가, 검은 계통의 회색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나치게 흰색에 다가서면 폐해가 발생하는 이 부분은 검은색 비율을 조금 높이는 편이 좋다'와 같은 균형의 문제로 다가서야 하는데, 이원론에서는 그런 모든 논의를 삼켜버리며 상대의 이마에 딱지를 붙이고 공격하는 것으로 일관한다.

 

계명구도(68p)

예측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때 예상치 못했던 수단이 도움이 되며, 또한 그런 일들을 미리 내다볼 수 없기에 늘 다양한 수단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확률적 사고가 맹상군을 위기에서 구했다)

 

불확실성 세계의 유방(101p)

유방도 자신이 성공한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재상으로서의 재능이라면 나는 소하에게 미치지 못한다. 전략에 대한 재능은 장량에게 미치지 못한다. 장군으로서의 재능은 한신에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세 영걸이 힘을 발휘하게 함으로써 나는 천하를 손에 넣었다.”

유방은 단 한 번도 스스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적이 없고 초인적인 활약을 펼친 적도 없다. 개인적으로 항우에게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항우가 구축한 구조, 즉 한 사람의 천재에 의존하는 조직을 능가했다. 한 사람의 천재가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확실성의 세계라면 항우가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예상외의 사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조직이 강하다. 유방은 불확실성 세계의 승자인 것이다.

 

사람은 우연을 통제할 수 없다(139p)

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른 판단을 거듭하는 것뿐이다. 잘못된 판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우연에 의해 성공한 것에 만족해서 스스로 반성하지 않으면 언젠가 파멸적인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확률적 사고는 장기적으로 성공을 계속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는 분수령이 된다.

 

인지편향(140p)

도박의 오류
사람들은 우연 속에서 필연을 찾아내고, 불규칙한 움직임 속에서 패턴을 찾아낸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는 확률을 무의식 중에 자신의 입장에 맞게 수정해 간다.

[e.g., 앞 > 뒤 > 앞 > 앞 > 앞 > 앞 > 앞]

동전 던지기의 결과가 위와 같이 나오면 뒷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50% 이지만 인간의 심리는 다음에 뒷면이 나올 확률을 조금씩 높게 예상한다.

자기 관계의 환상
사람들 대부분이 복권을 남에게 부탁하지 않고 직접 사러 가면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한다.
주식시장에서 똑같이 실적을 내는 회사 A와 B가 있을 때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A의 주가가 상승할 확률이 더 높다고 느낀다.

드문현상
주가가 안정된 추이를 보이는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 그 상황에 익숙해져 먼 과거에 있었던 폭락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느끼게 된다. 이 경우 드문 현상이 일어났을 때의 일이 의식의 초점에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그 확률을 거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과잉확신편향
성공한 사람이 성공을 실제 이상으로 자신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 경향으로
  '수많은 투자자가 스스로 그럭저럭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운전 솜씨가 평균 이상이라고 대답한다.'
사람은 성공이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우연이 담당하는 역할을 과소평가한다. 반면, 실패는 ‘운이 나빴다’며 우연의 탓으로 돌린다.

앵커링(Anchoring)
사람은 무의미한 것이라도 무의식 중에 특정 정보에 이끌린다. PER(Price Earning Ratio, 순이익/발행주식수)은 10배가 타당한가? 20배가 타당한가? 일단 확인된 주가 수준은 한동안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앵커링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앵커링 된 배수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지면 드디어 새로운 앵커링을 찾게 된다. 그때 주가가 크게 변동한다.

 

버블과 붕괴(158p, 인지 편향의 영향)

호황이 지속되면 기업은 낙관적이며 공격적 사업계획을 세우게 된다. 투자자는 주가의 등락을 확률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상승할 것이라고 느낀다. 운용회사는 공격적인 운용계획을 세운다. 이런 것들이 주가를 실제 이상으로 높이 밀어 올린다. 주가가 고공비행을 하면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면서 주가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 이것이 버블이다.

그리고 버블은 언젠가는 터진다. 운용회사 대부분은 버블붕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일반투자자는 손실에 이성을 잃고 공포심이 지배당하게 된다. 누군가 팔기 시작하면 모두 다 따라 한다. 이렇게 해서 순식간에 폭락장세로 돌입하게 된다. 주가 급락은 기업의 사업내용이나 운용사의 운용계획을 비관적이며 신중하게 바꿔버리기 때문에 경기와 주가는 당분간 회복하지 못한다.

 

생명진화와 불확실성(203p)

우연이 축적되어 일어나는 방향 없는 변화와 방대한 시행착오가 반복되면서 제각각 다르고 다양한 변화를 촉진한다. 예측할 수 없는 사태와 만났을 때 다양성이 생명 존속의 열쇠가 된다. 다른 것을 압도하는 강한 능력과 뛰어난 두뇌는 생존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는 사전에 알 수 없다. 그래서 다양성을 갖추어 두어야 한다.

진화는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니다. 때로는 우연에 희롱당하고, 때로는 우연의 도움을 받으면서 변화를 거듭했다. 순조로운 환경보다 역경이 변화를 촉진한다. 고도의 지성을 갖춘 인간조차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연과 시행착오가 만들어낸 것이다. 계획 없는 진보, 이것이야 말로 진화의 본질이다. 그리고 불확실한 세계를 헤쳐나가는 확률적 사고의 본질이기도 하다.

 

책을 마치며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낸다.

천재도 카리스마도 불확실성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미래를 예언하는 것도, 처음부터 올바른 답을 찾아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시행착오에 의한, 계획이 없는 진보야말로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는 단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확률적 사고의 특징(282p)

세계가 불확실하다는 전제에서 사물을 확률적으로 파악하는 사고법으로 불확실성의 세계에서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원인과 결과는 확률을 통해서만 연결되며 사물을 간단하게 선악으로 분류할 수도 없다.

다양성확보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대응해야 하고 다양한 대응 수단을 처음부터 갖춰두어야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비교하고 때로는 관점을 바꿔 시행착오를 거듭해야만 한다.

실패의 허용과 활용
불확실성의 세계에서는 실패를 완전하게 피할 수 없다. 실패를 허용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을 권장해야 한다. 실패를 지나치게 책망하면 큰 실패를 막을 수 없다.

장기적 관점
확률은 짧은 기간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불확실성 속에서 최선은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은 방식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실행하는 것이다. 단기적 성공 대부분은 우연에 좌우되지만, 장기적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에 의해 이루어진다.

인지 편향의 회피와 통계적 기법
확률을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렵다. 확률을 늘 같은 방향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다양한 인지 편향을 극복해야만 한다.

시행착오로 조금씩 꾸준히 만들어간다
불확실성의 세계에는 완벽한 계획도, 완성품도 없다. 모든 것은 조금씩 변화하고 수정되며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한다. 확률적 사고의 궁극의 모습은 시행착오에 의한, 계획이 없는 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