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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서

돈의 심리학 - 모건 하우절

 

이 책은 투자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어떤 공식이나 이론을 설명하지 않는다. 투자는 과학이 아니며 투자자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제목 그대로 심리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경제를 바라보는 투자자로서의 렌즈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성공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생각하고 더욱 겸손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실패하더라도 용서할 수 있는 여유를 배울 수 있었다. 
각 챕터마다 수록된 사례들이 저자의 주장을 잘 뒷받침한다. 쉽게 이해되며 내용 전개가 매끄럽고 챕터 간의 연결도 좋다. 챕터의 마지막 정리글만 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두 사람의 예를 들며 금융성공에 대단한 과학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 A: 하버드 졸업 후 MBA 학위를 수료하고 메릴린치의 중역을 지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
 - B: 25년간 자동차 수리, 17년간 백화점 청소부로 일하며 죽기 전 지역병원, 도서관에 600만 달러를 기부
 
B는 적게 벌었지만 우량주식에 수십 년간 투자하여 죽기 전(92세)에 복리로 불어난 돈이 800만 달러가 넘었다.
위 케이스에서 저자는 두 가지 결론을 내린다.
 1. 금융성과는 지능, 노력과 상관없이 운에 좌우된다.
 2. 금융성공은 대단한 과학이 아니다.
 

돈의 심리학(17p)

금융은 소프트스킬이고, 소프트스킬에서는 아는 것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 이 소프트스킬을 가리켜 ‘돈의 심리학’이라 부른다. 물리학은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논란을 일으키지 않지만, 금융은 다르다. 금융은 사람들의 행동을 따른다. 나의 행동이 스스로에게는 합리적으로 보여도 당신에게는 미친 짓처럼 보일 수도 있다.
금융위기에 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금융위기는 금융이라는 렌즈보다는 심리학과 역사의 렌즈를 통해서 볼 때 더 잘 이해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볼테르의 말을 좋아한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다.”

이는 돈에 대한 우리의 행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돈을 다룰 때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잘못된 행동 원인, 편향, 결함 중에서 중요한 20가지로 구성했다.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27p)

돈에 대한 당신의 경험은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0.0000001퍼센트와 당신이 머릿속으로 세상의 원리라고 ‘생각하는’ 내용 80퍼센트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의 원리에 대해 저마다의 경험을 갖고 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다른 소득과 가치관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란다. 태어난 당시의 경제 상황도 다르고 인센티브가 다른 고용시장을 경험하며 누리는 행운의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교훈을 배운다.
부유한 은행가의 자녀는 빈곤 속에 자란 사람의 리스크와 수익에 대한 생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자란 사람은 안정적인 시절에 자란 사람이 겪을 필요 없는 일들을 경험한다. 파산 상태인데 돈을 주고 복권이라는 꿈을 사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순전히 스프레드시트만 가지고 금융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담함과 무모함을 가르는 선(59p)

대담함과 무모함을 가르는 선은 아주 얇다. 우리가 행운과 리스크에게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주지 않으면 그 선은 종종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2006년 야후의 10억 달러 매수 제안을 거절한 마크 저커버그 Mark Zukerburg를 천재라고 칭찬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2008년 MS의 대형 인수 제안을 거절한 야후는 열렬하게 비난한다. “팔 수 있을 때 팔고 나왔어야지!” 기업가들은 어떤 교훈을 배워야 할까? 리스크와 행운을 정확히 집어내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억만장자, CEO 등 특정 개인을 연구하는 것은 위험하다?(62p)

극단적인 경우를 연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극단적일수록 거기서 얻은 교훈을 나 자신의 삶에 적용하기는 더욱 어렵다. 극단적인 행운이나 리스크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64p)

이 때는 투자를 잘못했고 저때는 목표 달성을 못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금전 인생을 정리하려 들지 마라. 중요한 것은 성공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역할을 인정한다면, 리스크의 존재는 우리가 실패를 판단할 때 나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뜻임을 아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경우도, 나쁜 경우도 없다.

어디까지가 행운이고, 어디까지가 노력과 재주이며, 어디부터가 리스크일까?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어떤 결과가 100퍼센트 노력이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당신 앞에 행운의 지렛대가 움직일지 리스크의 지렛대가 움직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것(76p)

현대 자본주의는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또래들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은 더 힘들게 노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다.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 행복이다.

 

시간이 너희를 부유케 하리니(93p)

버핏의 성공 요인을 해부한 2,000권의 책 중에 ‘이 남자는 75년이나 꾸준히 투자를 해왔다’라는 제목의 책은 없다. 경기 순환이나 주식거래 전략, 투자 등에 관한 책들은 많다. 그러나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책은 ‘닥치고 기다려라’가 되어야 한다.

“시간의 힘, 복리의 힘이 너희를 부유케 할 것이다.”

 

부자가 될 것인가, 부자로 남을 것인가(103p)

돈을 버는 것은 버는 것이다. 이를 유지하는 것은 별개다(겸손, 수익의 대부분은 ‘운’이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부자로 남지는 않는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부자로 남았다. 하지만 그들의 친구 릭 게린은 사라졌다. 제시 리버모어는 1929년 폭락장에서도 큰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4년 후 모든 것을 잃었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자로 남는 것이다. 바로 살아남는 일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122p)

벤처 캐피털이 50곳에 투자하면 절반은 실패하고, 10곳은 꽤 괜찮은 수익을 내고, 한 두 개는 대박이 나서 펀드수익률의 100%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

"천재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미쳐갈 때 평범함 것을 할 수 있는 사람” - 나폴레옹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늘 또는 내일 내리는 의사결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남들이 모두 미쳐가는 몇 안 되는 날에 당신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는가 하는 점이다.

1900년부터 2019년까지 매달 1달러는 저축하는 Susan과 경기침체가 아닐 때에만 1달러를 투자하고 침체기에는 주식을 모두 팔아 저축하는 Jim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시간이 지나 얼마의 돈을 가져가게 될까?
 - Susan: 43만 5,551달러
 - Jim: 25만 7,386달러

총 1,428개월 중 300 개월이 경기침체기간이었다. Susan은 침체기였던 22%의 경우에도 침착함을 유지한 대가로 Jim보다 75%나 많은 돈을 갖게 됐다. 투자자로서 당신이 성공할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것은 자동주행 모드로 유유히 달리던 수많은 세월이 아니라, 간간이 끼어드는 공포의 순간에 당신이 보이는 반응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 투자, 금융에서 꼬리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잘못되고, 망가지고, 실패하고, 추락하는 게 ‘정상’ 임을 깨닫게 된다. 항상 해가 뜰 수 없다. 흐린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다. 비즈니스와 투자도 마찬가지다. 전설의 투자자 피터 린치조차 이렇게 말했다.

“이 업계에서 끝내주는 사람이라면 열 번 중에 여섯 번을 맞히겠죠.” - 피터 린치

중요한 것은 100퍼센트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이길 때 크게 이기고, 질 때 작게 지는 것이다. 크게 이기는 그 순간에 집중하라. 꼬리가 전체를 흔든다.

 

돈이 있다는 것의 의미(139p)

좋아하는 일이라도 타인의 통제하에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스케줄에 맞춰서 한다는 것은 마치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통제권이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뭔가를 시키려고 하면 그들은 힘을 뺏긴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원래는 기꺼이 하려고 했던 일조차 싫다고 하거나 다른 것을 한다."  - 조나 버거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적당히 합리적인 게 나을까, 철저히 이성적인 게 좋을까(Reasonable > Rational, 185p)

“앞뒤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인생이 늘 앞뒤가 맞는 건 아니잖아요” - 존 보글, 뱅가드 설립자

우리는 스프레드시트가 아니다. 우리는 사람이다. 엉망진창으로 사는, 감정적인 사람이다. 금융에 관해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냉철하게 이성적이 되려고 하지 마라. ‘그냥 꽤 적당히 합리적인’것을 목표로 삼아라. 이게 더 현실적이며 장기적으로 유지할 확률도 크다.

금융이라는 학문은 수학적으로 최적의 투자 전략을 찾아내는 데 매진한다. 그러나 내 생각엔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수학적으로 최적인 전략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전략은 최대한 밤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는 전략이다.

투자 대상과 사랑에 빠지라고?!!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저 인내심을 주는 말로 생각해 보자. 인내심은 성공 확률을 높이는 데 필요한 필수 요소다. 미국 시장에서 돈 벌 확률은 하루로 치면 50:50, 1년이면 68%, 10년으로 보면 88%, 20년으로 보면 100퍼센트다.
세상에 100퍼센트 상승곡선을 타는 투자는 거의 없다. 폭락 앞에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자도 거의 없다. 이러니 우리는 숫자에 기반한 이성적 전략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적당히 합리적이고 적당히 감정적인 전략이 더 우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 대상과 사랑에 빠지지 마라'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관련서에 담기는 내용인데, 저자는 오히려 인내심을 가질 수단으로 투자 대상에 애정을 가지라고 권한다. 흥미로운 발상이다.
 

역사가의 예언 오류(202p)

혁신과 변화가 목숨과도 같은 분야에서 과거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해 미래 신호를 읽으려고 할 때 생기는 오류이다. 투자는 과학이 아니다. 투자한 수많은 사람이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자신의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시간에 대해 불완전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그러니 똑똑한 사람들도 예민하고 탐욕스러워지며 편집증을 갖게 된다. 많은 투자자들은 감정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과거 행동에 기초해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돈과 투자에 대해 생각할 때 지난 역사를 무시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탐욕이나 공포와 맺고 있는 관계, 스트레스를 받을 때 행동하는 방식,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모습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특정 트렌드나 업계, 부문, 시장의 인과관계, 사람들이 자기 돈으로 뭘 해야 하는지 등등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바뀐다. 그러니 역사가들은 예언가가 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가격표(265p)

성공적인 투자에는 대가가 따라붙는다. 그 비용은 달러나 센트가 아니다. 변동성, 공포, 의심, 불확실성, 후회의 형태로 지불해야 한다.

 

너와 나는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272p)

어느 자산에 탄력이 붙으면(자산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면), 단기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러고 나면 본격적인 질주의 시기다. 단기 수익률의 모멘텀이 충분히 많은 돈을 끌어들이면, 대부분 장기투자자였던 투자자 구성이 단기 투자로 옮겨가면서 거품이 형성된다. 이 과정은 자체적으로 강화된다.
거품이 피해를 주는 것은 장기투자자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게임을 하는 단기거래자들로부터 신호를 읽기 시작할 때다. 돈을 투자하는 모든 사람을 가리켜 ‘투자자’라고 부른다. 스포츠 선수들이 같은 규칙을 가지고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나는 30년간 세상이 경제 성장을 이뤄갈 것이라고 낙관하는 수동적 투자자다.”
이렇게 선언하고 나면 관련 없는 모든 것, 올해 시장성적이 어땠는지, 내년에 경기침체가 찾아올지 등은 내가 하는 게임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정한 성공이란 극심한 경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와 내 활동을 마음의 평화에 맞추는 것이다.” - 나심 탈레브
저자는 나심 탈레브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뿐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찾아봐야겠다. <Fooled by Randomness - Nassim Nicholas Tal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