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서

지리의 힘2 - 팀 마샬

오프라인#7 2025. 3. 26. 19:00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을 읽으면서 지리와 지정학적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한층 넓힐 수 있었다. 세계화가 주도하던 평화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미국의 일극 체제가 무너지는 가운데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혼돈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전작에서 각국의 이야기를 지리적 요소와 연결해 풀어낸 점이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째 시리즈를 읽게 되었다. 후속작은 전작보다 조금 더 두꺼워졌으며, 특히 유럽에 대한 비중이 커졌다. 영국, 스페인, 그리스, 터키 4개국의 내용을 한 챕터씩 다루고 있다.
어릴 때 좋아했던 영화는 007 시리즈였고, 즐겨 보던 축구 리그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였다. 그래서 유럽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국가가 영국과 스페인이다. 자연스럽게 이들에 대한 챕터부터 먼저 읽기 시작했으며, 특히 영국 편에서는 브렉시트 이후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UK'로만 알고 있던 영국의 정식 명칭을 알고 있는가?
 

영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분리의 정서, 167p)

영국을 에워싸고 있는 바다는 계속해서 이 나라의 문화와 국민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몇 세기 동안 영국은 바다 덕분에 유럽의 정치적 혼란과 전쟁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이는 왜 이 섬나라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유럽이라는 공동의 집에 대한 소속감이 덜한지 설명해 준다. 곧, 브렉시트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

 

스코틀랜드와 영국, 양측을 위한 윈윈전략(178p)

유럽대륙의 많은 인구가 항상 걱정거리였던 잉글랜드와 국경을 맞댄 약소국 스코틀랜드는 형정을 맺으며(1707년)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정부를 갖는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모두 서로의 국경을 감시하기 위해 엄청난 국방비를 투입하지 않게 됨으로써 이어지는 두 세기 동안 브리튼 섬의 힘이 최정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서로를 겨냥한 국방력으로 유럽 본토의 침공에 대비하고 제국의 확장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여 외부(World)로 향할 수 있었다. 1801년에는 아일랜드가 연합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영국의 일원이 되었다.

 

유럽의 패배와 미국의 부상(185p)

대영제국은 해가 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14개의 영국령 섬들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그 가운데 적어도 한 군데 정도는 해가 뜨고 있을 테니 말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끝은 있게 마련인데, 대영제국의 종말의 서막은 나중에 만나게 될 두 세력(독일과 미국)이 부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영국과 독일의 군비 경쟁이 뒤따르는 가운데 무수한 요인들이 더해지면서 제1차 세계대전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관련국 모두에게 재앙이었다. 역사책으로만 보면 영국은 승자 편에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패자였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그것은 패배였다. 영국은 전쟁으로 인해 쇠약해졌다. 전투에 사용할 함선을 얻는 대가로 해군기지 대다수를 미국에 넘겨주며 힘의 균형추는 대서양을 건넜고 대영제국을 지속할 능력은 무너지고 있었다.

 
 
축구 클럽으로 유명한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종종 격렬한 대립을 일으켰고, 때로는 폭동으로까지 이어지곤 했다. 이를 보며 스페인의 단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내부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스페인의 국가(國歌)에는 가사가 없다는 점이었다.
 

스페인(하나의 스페인은 어렵다, 379p)

영국보다 2배나 큰 면적은 교역이나 강력한 정치적 통치력을 행사하는데 걸림돌이 되었으며, 각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및 언어적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한 요인이 되었다. 이런 상이함을 스페인의 국가(國歌)에 가사가 없다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무슨 내용을 넣어야 할지 서로 동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 해군력을 자랑했지만, 결국 단합되지 않는 국가는 19세기 후반 영국, 독일, 프랑스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 것을 지켜만 보며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기에도 벅찬 형편이었다. 그러면서 라틴 아메리카, 쿠바, 필리핀까지 잃으면서 제국의 잔재마저 떨어져 나갔다.

 
 
산미가 있는 커피로 유명한 에티오피아도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부족들 간의 융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고산지대, 열대 밀림, 불타는 듯 뜨거운 사막, 단단한 암석을 깎아 만든 천 년 된 교회를 포함한 9곳의 세계 문화유산, 웅장한 폭포 등 다양한 역사, 문화적 명소를 품고 있다. 이러한 매력을 찾아 해마다 약 1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에티오피아를 찾는다고 한다.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유럽과 남유럽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에게해를 마주한 그리스와 터키의 길고 긴 역사를 살펴보며 왜 그들이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은지 이해할 수 있었다.
 
스테이크하우스로 유명한 아웃백(Outback)은 호주 국토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부분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을 의미한다고 한다. 무성한 아열대 우림+ 뜨거운 사막 + 사바나 지대 + 눈 덮인 산맥까지 품고 있는 거대한 섬으로 엄청나게 넓은 영토를 가진 이 나라는 하나의 국가이면서 대륙이기도 하다. 사진을 보며 ‘이 거대한 영토의 섬나라는 세계에서 몇 번째로 클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는데, 저자는 친절하게 6번째로 큰 면적이라고 알려준다. 러시아와 미국 말고 이보다 큰 나라가 있을까? 캐나다, 중국, 브라질이 오스트레일리아보다 더 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러시아 > 캐나다 > 미국 > 중국 > 브라질 > 오스트레일리아 > 인도 > 아르헨티나 > 카자흐스탄
 
호주는 환상적인 자연환경과 더불어 이민자들의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한 물부족과 대형 화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중국의 세력 확장으로 미국-영국에 의존적이던 기존 안보 문제도 남겨진 숙제라고 한다.
 
이란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헌법재판소는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대한 판결을 한 달 넘게 지연시키고 있다(MAR 2025). 지난 12.3 계엄 선포 당시, 만약 우리 군이 시민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했다면, 내란은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상상하기도 싫은, 무지하고 무식한 독재자가 대한민국에 다시 등장했을 것이다.
21세기에도 독재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우리 사회 역시 그러한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란(94p)

극보수주의자들이 집권하며 시아파 교리를 강제하고 국민을 억제하는 자국에 시민들의 시위가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압 경찰은 곤봉을 들고 시위대를 두들겨 패고 수십만 명의 군중이 목숨을 잃었다. 2013년, 성직자 하산로하니가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지만 2020년 총선에서 다시 강경 보수파가 집권하며 다시 권력을 잡는다. 결국 수니파 국가들에 둘러싸인 시아파 국가가 되었다.

청년 군인들과 민병대원들이 더 이상 시위대에게 발포하지 않는다면 바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권은 자국 군대를 밀착 감시하고, 법 집행 기관 안에 비밀경찰을 심어두며, 군대배치시 혁명 수비대를 함께 보낸다.

 
 
 


<지리의 힘 - 팀 마샬>